쉽게 말하면
UCLA 마샤 J. 베이츠 박사의 연구는 사람이 정보를 얻는 방식이 단순한 질의응답에 머물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지식의 상당수는 우연한 발견이나 웹 서핑 중 문맥을 짚어가며 생각을 바꾸는 과정에서 얻어집니다. AI가 모든 답을 하나로 요약해 버리면 이러한 우연한 탐색 기회가 줄어들어 사용자가 정보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워집니다.
제로클릭 68%와 AI 요약이 부른 정보 소비의 단축
생성형 AI가 검색 엔진 전면에 배치되면서 웹 브라우징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 얼라이브 인 소셜미디어(Alive in Social Media)가 정리한 통계에 따르면, 구글의 AI 개요(AI Overviews) 도입 이후 2026년 첫 4개월간 미국 내 구글 검색 중 외부 클릭 없이 끝나는 제로클릭(Zero-click) 비율은 68%를 기록했습니다. 유럽 시청각·디지털통신규제청(ARCOM) 역시 AI 생성 요약으로 인해 퍼블리셔 웹사이트 트래픽이 33%에서 38%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앞서 구글 AI 모드 강제 적용 시 외부 웹 클릭 18.8%p 감소 기사에서도 다뤘듯, 검색 결과 최상단에 놓인 인공지능 요약은 사용자의 이동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주어지는 편리함 이면에서 사용자의 피로와 박탈감도 함께 확인되고 있습니다. 가디언(The Guardian)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반응 조사에서는 AI 기능의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과거의 검색 방식을 그리워하는 피로감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베리피킹' 상실… 능동적 탐색에서 수동적 수용으로
이러한 피로감의 원인은 정보 탐색 행동의 구조적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UCLA 마샤 J. 베이츠(Marcia J. Bates) 박사의 정보 탐색 행동 모델에 따르면, 인간 지식의 약 80%는 특정 목적을 갖지 않은 채 환경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습득됩니다. 베이츠 박사는 필요한 정보를 찾는 목적 지향적 탐색(directed searching)과 아직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정보를 우연히 발견하는 브라우징(browsing)을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특히 출처와 링크를 넘나들며 질문 자체를 점진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베리피킹(berrypicking)' 과정은 웹 서핑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AI 개요는 여러 출처를 단일한 합성 답변으로 압축하면서, 링크를 클릭하며 맥락과 반론, 우연한 정보를 발견하던 공간을 좁혀 놓았습니다. 능동적으로 단서를 추적하던 사용자가 인공지능이 정리한 결과물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로 전환된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구글 AI 개요가 바꾼 검색 습관… 편의성과 이탈 사이 양극화에서도 이용자 반응의 갈림길을 짚은 바 있습니다.
주변부로 눈 돌리는 사용자들, '인접 탐색'의 부상
기본 검색 인터페이스가 단일 요약을 강제하면서, 이에 대응해 규격화된 답변 바깥을 탐색하려는 이른바 '인접 탐색(Search adjacent)'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인접한(adjacent)'이라는 단어의 검색량은 120% 증가했습니다.
사용자들은 알고리즘에 의해 표준화된 피드 대신 목적에 맞게 세분화된 대안 계정을 운영하거나, 초기 웹 디렉터리 구조를 차용한 독립 검색 엔진 마지널리아(Marginalia Search)처럼 예상치 못한 주변부 문서를 보여주는 도구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도 생성형 AI가 만든 목록 대신 전문가나 연구자 집단이 수작업으로 구축한 도서관 오프라인 서지 및 큐레이션 목록이 공유되는 추세입니다. 이는 인공지능 요약에 포함되지 않은 정보의 고유 가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이 사이트가 보는 지점
AI 요약이 검색 결과를 압축할수록 인용 출처 상위권에 들지 못한 웹사이트는 외부 유입 통로가 차단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일 정답에 만족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대안 디렉터리와 인간 큐레이션 서지로 이동하면서, 인용 측정의 범위 역시 검색 포털을 넘어 분산된 인접 표면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트래픽의 크기보다 AI 요약이 걸러낸 맥락을 직접 찾으려는 사용자 층의 이동 경로를 측정하는 작업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